하던 일이 안 풀려서 꿈을 쫓던 길도 꼬였다.
내 마음도 열정이 식은 것도 있다.
꿈의 산업에 대한 현실의 벽을 부딪힌 것도 있다.
누구를 탓하는 것 아니다.
꿈을 쫓기 위한 뒷받침을 위해 열심히 하던 경제활동도 회사가 코로나 이후로 크게 타격을 입으며 생계에 위협까지 생겼다.
내 마음도 문제다.
번아웃이라는 핑계는 대고 싶지 않지만 일하기가 싫다.
못하겠다.
다른 알바조차도 하기가 싫다.
다른 새로운 일거리가 없나 찾아보면서 느껴진 감정은..
나는 무능력하구나
내가 무능력하다는 것은 능력이 없다는 말도 맞지만 그보다도 이런 환경을 이런 바꾸려고 하지 않고 무기력하게 책임감 없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무능력하고 느껴지는 것이다.
1+1은 2 임을 알면서도 연필을 들고 답안지에 2를 적지 않는 내 모습이 너무 미운 것이다.
스스로가 미우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내 모습에 미움은 배가 된다.
그냥 일하면 된다.
알바라도 하면 된다.
돈이라도 모으면 된다.
꿈은 잠시 접어 두어도 된다.
지금 하는 애매한 프리랜서 일들을 정리하고 취직을 하면 된다.
근데 나는 하지 않는다.
못하는 것도 있고 안 하는 것도 있다.
이런 걸 번아웃이라고 불러도 내 상태가 의학적으로 확정이 되어도 나에게는 알바가 아니다.
문제는 그대로이기 때문에.
문제는 나이기 때문에.
이런 내가 쓸모없는 인간으로 느껴진다.
실패자로 느껴진다.
낙오자다.
나=쓸모없음
쓸모없음=?
쓸모없음이란 무엇인가?
정말로 나는 쓸모가 없는 인간인가?
쓸모가 무엇이길래.
지금까지 가족을 지켜왔다.
꿈의 길도 애쓰면서 차곡차곡 올라왔다.
좋은 사람들을 옆에 두며 건강하고 멋진 사람들을 동료로 만들었다.
가족의 관계를 잘 회복시키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
돈도 열심히 벌어서 가족의 생활을 지원하고 때때로 그들의 힘든 시기에 존재만으로 위안이 되어주기도 했다.
독립도 해냈다.
이런 성취들을 나열하면 다시 '쓸모'란 단어가 성취 위주적인 단어로 인식될 것 같아 더 분해를 해 보았다.
집을 청소한다.
물건을 정리할 줄도 안다.
쓰레기도 버릴 수 있다.
강아지들을 보살핀다.
누군가가 고민을 말할 수 있는 상대다.
밥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차를 태워주기도 한다.
시간을 내서 누군가의 필요를 채워주기도 한다.
누군가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듣기도 한다.
누군가가 그리워해 줄 만한 사람이다.
이렇게 단순하고 성과적이지 않은 일들로도 나는 때때로 쓸모가 없지 않다.
그렇다면 쓸모의 크기를 잴 수 있을까?
그렇다면 왜 나는 쓸모없다고 느꼈을까?
쓸모의 크기를 내가 정했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는 량의 쓸모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그리고 남들이 보았을 때 '잘 사는 사람'이고 싶다는 욕심과 누가 보기에 제대로 구실도 못한다고 생각할 만큼 엉망이고 싶지 않은 나의 자존심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나로 비롯한 나 스스로에 대한 판단이 사실은 나를 쓸모 없다고 정의 내린 것이다.
고로 쓸모의 기준을 없애 본다면(어차피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우선 '나=쓸모없음'이라는 공식은 성립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내가 느끼는 것은 무엇인가?
내가 느끼는 것은 단지 상황으로 인한 감정이다.
'돈이 없어서 불안하다.'
'사고 싶거나 하고 싶은 것을 못해 속상한 것이다.'
'마음이 지쳐서 힘이 드는 것이다.'
그럴 뿐이다.
기분일 뿐이다.
그 기분들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다만 그 기분들로 나를 '쓸모없다'라고 느끼는 것은 사실에 성립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자기 비난적인 생각과 마음을 믿기 시작하면 위에 나열한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일들조차도 못하게 되고 서서히 사고와 심리에 마비가 오기 시작한다.
그렇다.
사실을 믿자.
사실이 나를 해방시켜 줄 것이다.
나는 속성하고 힘들지만 쓸모없지는 않다.
이 생각이 정리가 되고 나니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지만..
지옥 같은 자기 비난의 마음과 생각의 족쇄로부터는 조금 자유로워졌다.
여러분에게도 조금이나마 위안이 있기를 바라며
오늘날까지 살아와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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