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문제가 보인다. 서랍 손잡이가 떨어진 것이다. 내가 해야 할 일은 2초 거리에 있는 작업도구 서랍을 열고 맨 위에 있는 것을 알 정도로 정확히 놓인 본드를 들고 뚜껑을 열어 손잡이 바르고 손잡이를 원래 위치에 놓는 것이다. 오늘 이 일을 드디어 마쳤다. 손잡이가 떨어진 지는 두 달째였다. 일을 끝내는 데는 1분 정도 걸렸다. 그렇다. 자꾸만 일을 미루게 되는 사람은 바로 나다.
사람들은 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오늘은 지극히 나의 경험과 내 이야기를 하고 마무리에 전문가의 영상과 내용으로 글을 쓰도록 하겠다. 공감이 된다면 여러분도 함께 고민해 보고 같이 성장해 나아가면 좋을 것 같다.
문제가 내 눈 앞에 있다. 이불을 정돈하거나, 설거지를 하거나, 커튼을 달아야 하거나, 고장 난 문고리를 고쳐야 한다. 꼭 필요한 업무들은 아니다. 생계와는 전혀 관계없다. 하지만 언젠가는 처리해야 하는 일들이다. 언젠가라는 불특정 시간 덕분에 그 핑계로 나는 무한히 그 일을 미룬다. 우리 집 커튼은 이사 온 지 4년 차 때 처음으로 달았다. 내가 봐도 기가 막혔다.
이렇게 일들을 미루는 내 모습을 한번 깊이 관찰해 보았다.
도대체 얼마나 힘든 일이라고 이것들을 미루는 것일까?
우선 이렇게 해야하는 일들이 쌓여 가는 것은 썩 기분이 좋지는 않다. 볼 때마다 스트레스가 쌓이고 언제 하지 생각 들며 짜증이 올라오기 때문이다. 어찌 됐든 해결해야 하는 작은 일들을 그대로 두면 그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은 고스란히 나에게 돌아오기 마련이긴 하다. 그것만큼은 확실하다. 즉 내가 책임져야 할 일을 회피하는 순간 그 문제는 어깨 위에 올라온 망령처럼 나를 줄곧 따라다니며 내 정신적 피로감을 갉아먹는다. 그런데 그 문제를 해결하고 나면 왜 이렇게 금방 할 것을 진작 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 심각하게 금방 끝나버리고 생각보다 에너지 소모가 그렇게 필요하지도 않은 작업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에너지 소모가 괘나 드는 일들도 당연히 있겠지만 생각해 보자. 이렇게 작은 일도 미루는데 과연 나는 큰 일들을 잘 해낼까? 그러니 큰 일들을 해결하고 나면 정신적으로 뻗어 버리고 큰 보상을 받아야 한다는 어리광에 스스로 시달려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왜 이렇게 미루게 되는 것일까?
사실은 도망이다. 진짜로 문제가 마주치는 것 자체가 두려운 것이다. 결국 잘 살펴보면 귀찮음도 두려움이었다. 힘을 드리는 것에 대한 두려움. 움직여서 에너지를 소모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그런데 두려움이라는 존재는 복제 하는 능력, 확장하는 능력이 매우 강하다. 그렇게 한번 두려움에 지나쳐버린 작은 문제들은 처음에는 그냥 마주치고 싶지 않은 간단한 두려움이었다. 본드를 쏟으면 어쩌지? 본드가 안 붙으면 어쩌지? 문고리가 흘러내려서 땅에 붙으면? 과 같은 상상으로 확대되기 시작한다. 그렇게 점차 확대된 생각은 내가 이 눈앞에 있는 문제를 한 번이라도 더 무시해도 될 명분을 주게 된다. 실수할 것 같은 두려움으로 번식한다. 상상은 현실이 되지 못해도 나에게 믿음을 준다. 결국 점차적으로 그 일을 회피하게 되는 것이 자연스러워지고 자연스러워지는 행동은 곧 습관으로 변하기 마련이다. 그렇게 나는 눈앞에 있는 문제를 회피하는 습관을 발달시키게 된 것이다.
사실 고치는 법이 있는지 모르겠다. 다만 인지하고 나아지려고 죽을 때까지 노력해야 하는 것 같다. 스케줄링을 하는 것 또한 매우 유용하다. 언제까지 미뤄도 되는지 모르는 작은 일들은 우리에게 영원히 미뤄도 될 명분을 주기 때문에 이 작은 문제들을 언제 어떻게 해결 할지를 메모해 놓던지 지금 당장 해결 하던지 하는 것이다. 나는 거의 매일 나에게 말한다.
"야, 보고 또 지나쳐? 그냥 지금 해. 오래 걸리지도 않고 미루면 절대 안 할 거잖아."
이렇게 문제를 마주칠 때마다 나와 싸워야하는 모습을 볼 때면 내가 얼마나 아직도 철부지인가 싶다. 하지만 인지하고 나아지려는 모습을 보면 기특하기도 하다. 내 뇌는 끊임없이 나를 '편안한' 상태로 만들려고 한다. 안전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편안은 절대 안전과 동등한 의미가 아니다. 고로 고치는 법이 아닌 매일의 훈련으로 우리를 단련시키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그렇게 작은 일들을 마주치고 해결했을 때 나에게 칭찬을 많이 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생각난 김에 당장 세탁기 필터를 청소하고 와야겠다.
다녀왔다. 참 잘했다.^^
아래에는 미국의 신경과학자로, 스탠퍼드 대학교 의과대학 신경생물학과 교수인 앤드류 휴버만의 미루는 습관을 고치는 신체적이고 물리적인 방법이 있습니다. 전문가의 조언이나 지식이 필요하신 분들은 아래 글을 참조해 보세요!
뇌 과학자 앤드류 휴버만 - 일을 미루는 습관을 고치는 법 (procrastination)
우리는 어떻게 미루는 습관을 극복할 수 있을까요? 사실, 중독 연구에서 얻은 발견들이 미루는 습관을 극복하는 데 강력한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도파민 피크(급격한 증가) 이후의 저점(도파민 감소의 골)이 얼마나 깊은지는 그 피크가 얼마나 높고 가팔랐는지에 비례합니다. 그러나 단순히 저점의 깊이만 비례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 저점에서 얼마나 빨리 회복되는지도 저점의 기울기에 비례합니다. 이를 최대한 명확하고 쉽게 설명해 보겠습니다.
여러분이 현재 무기력한 상태라고 가정해 봅시다. 즉, 동기 부여가 되지 않고, 미루고만 있는 상태입니다. 이때 여러분은 이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일단 뭔가를 해야겠어. 집 청소를 하거나, 공과금을 처리하거나, 그냥 기다려 볼까?”
하지만 이러한 접근 방식은 역시나 일반적으로 효과적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마감 기한이 코앞에 닥쳐야만 겨우 행동하게 되거나, 최악의 경우 아예 목표를 이루지 못하고 실패할 수도 있습니다.
근데 만약에 여러분이 이 무기력한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현재 상태보다 더 힘든 일을 한다면, 즉, 더욱 많은 노력이 필요하거나 심지어 약간의 고통이 따르는 활동을 한다면, 도파민 저점에서 훨씬 빠르게 회복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더 힘든 상태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할까요?
여기서 명확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습니다. 제가 "더 고통스러운 상태"라고 할 때, 신체적 또는 심리적으로 해로운 행동을 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겠습니다. 자신에게 상처를 주거나 정신적으로 해를 끼치는 행동을 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제가 말하는 것은 현재보다 더 어렵고 불편한 상태를 일부러 만드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여러분이 해야 할 일을 미루면서 집 청소를 하고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청소는 적어도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하지만 현실적으로 따져보면, 청소하는 것이 더 어렵게 느껴지지 않기 때문에 그것을 선택한 것입니다. 만약 그것이 정말 더 어렵다면, 애초에 청소를 하지 않았겠죠.
우리의 도파민 시스템은 순간적으로 느끼는 난이도에 따라 작동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루는 습관을 극복하려면 현재보다 훨씬 더 어려운 상태로 스스로를 밀어 넣어야 합니다.
이때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는 즉각적인 신체적 불편함을 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목표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신체에 강한 자극을 주는 활동을 하는 것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찬물 샤워 또는 냉수 목욕입니다. 이는 단기적으로 도파민을 증가시킬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불편한 경험으로 다가옵니다. 그리고 이러한 불편함이 도파민 저점에서 훨씬 더 빠르게 벗어나는 데 도움을 줍니다.
이 과정에는 "변연계 마찰(limbic friction)"이 작용합니다. 변연계(감정 담당)와 전두엽(논리적 사고 담당) 사이에서 끊임없이 조율이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변연계 마찰은 두 가지 방식으로 나타납니다.
예를 들어, 운동을 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지만 도저히 의욕이 나지 않는다고 가정해 봅시다. 일주일에 다섯 번 운동해야 하는데, 도무지 동기 부여가 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흔히 들을 수 있는 조언은 “일단 1분만 해봐” 또는 “5분만 해보고, 그걸 성취한 후에 다음 단계로 넘어가라”는 것입니다.
이 방법은 작은 성공을 쌓으며 저항을 줄이는 데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에게는 1~5분의 운동조차 너무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혹은, 짧은 운동을 마쳤음에도 여전히 동기 부여가 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목표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더 가혹한 활동을 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단순히 "싫어하는 일"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상태보다 확실히 더 힘든 상황에 스스로를 놓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지금 이 상태보다 더 힘든 건 무엇일까?” 라는 질문을 던져보는 것입니다. 물론, 신체적·정신적 손상을 주지 않는 안전한 방법이어야 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차가운 물에 노출되는 것이 가장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만약 이 말을 듣고 찬물 샤워를 상상만 해도 몸이 움츠러든다면, 그것이야말로 여러분에게 가장 효과적인 도구가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그냥 미루는 상태에서 벗어나기를 기다리는 것이 답일까요?
→ 아니요.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해결될까요?
→ 가능성은 있지만, 확실하지 않습니다.
마감 기한이 닥치면 불안감이 올라와서 결국 행동하게 될까요?
→ 그럴 수도 있지만, 더 나은 방법이 있습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신체적 불편함을 이용해 빠르게 무기력 상태에서 벗어나는 것입니다.
나도 이러고 싶지 않은데 감정이 폭풍처럼 나를 지배 할 때 어떻게 하면 좋을까? (1) | 2025.02.18 |
---|---|
오늘 꾼 꿈은 🐶꿈인가? 꿈과 나의 심리 상태의 상관 관계 (2) | 2025.02.15 |
A.I.에게 사람을 위로하는 법에 대해서 물었을 때 - A.I. 심리 치료사 (4) | 2025.02.14 |
A.I.에게 악마의 역할을 주고 인간을 무너뜨리는 방법을 말해 보라고 했더니 (4) | 2025.02.14 |
한 가지를 오래 하지 못하고 쉽게 포기하는 사람을 위한 팁 (4) | 2025.02.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