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방대했으나 언제나 끝을 보지 못하고 끝내는 경우를 경험해 봤나요? 저는 인생의 절반 이상이 그런 경험이었던 것 같아요. 정말 너무 많아서 셀 수도 없는 지경이네요. 포기 대회에 나가면 그래도 상위권에 들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포기를 쉽게 하는 성격입니다. 한 가지를 오래 하지 못하고 쉽게 포기하는 제가 그래도 최근 10년간은 성과를 내며 잘해 올 수 있었던 방법이 있었답니다. 프랑스어 언어 시험을 3단계 이상 합격하고, 일본어도 작년에 2단계 시험을 봐서 합격했고, 프리랜서 직업을 0에서부터 전공자들보다 더 많은 커리어를 쌓기도 했고 운동 대회를 나가서 우승을 하기도 했습니다.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포기 대회에서 상위권에 들 수 있는 사람이 어떻게 성취를 하는 삶을 경험해 보았는지 조금 이야기를 나눌까 합니다.
한 가지라도 꾸준히 해보고 싶은 저는 지금까지도 다양한 일들과 프로젝트를 벌리며 여기저기 집중력을 분산시키는 모습을 보이곤 합니다. 성향적인 부분이기도 할 테지만 정말 깊은 내면에 나 자신을 마주쳐야 할 필요도 있었습니다.
성향적인 면으로 봤을 때 본인은 ENFP입니다. 이상적인 생각을 하기를 좋아하고 감정적인데 거기다 즉흥적인 것을 좋아하기까지 하죠. 그래서 저 같은 경우는 무언가를 포기하는 루틴 중 하나는 이렇습니다.
지나가다 무언가를 본다.(혹은 유튜브에서 누군가 기타를 치는 것을 본다) = (N)이 현실의 영상물이 현실적인 세계로 느껴지지 않고 나의 감정적인 영역을 자극시킨다. → (F) 감정이 막 부풀어 오르며 상상을 하기 시작한다. 내가 만약에 저 사람이었다면, 내가 만약에 기타를 치고 많은 사람들이 나를 봐준다면, 내가 영상을 이렇게 올려서 조회수와 좋아요를 받는다면? 이러한 상상을 바탕으로 설레는 감정을 느낀다. 감정은 매우 강력한 동기를 가져다준다. 다만 현실을 바탕으로 한 감정이 아니기 때문에 현실을 마주하는 순간 모두 물거품이 되기도 한다. →(P) 즉흥적인 탓에 지금 하던 모든 것을 내려놓고 곧장 바로 기타를 잡으러 간다. 기타 학원을 등록한다. 통장에는 무리가 있음에도 왠지 모르게 난 할 수 있을 것 같고 이미 내 상상은 조회수 폭발과 함께 돈을 버는 모습에 안착한다. 상상의 오해를 깊이 믿어버려 현실이 눈에 전혀 보이지 않는 것이다. 기타를 친다. 처음에는 동기로 이 배움의 역경을 이겨내지만 내 머릿속 상상의 종착지는 너무나도 멀게만 느껴지고 상상의 힘이 빠지며 서서히 현실 속에 내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상상의 구름이 걷히고 현 위치에 있는 나를 보며 아득히 먼 성공의 정상을 보며 '가던 길이나 가지 내가 왜 이랬지?'라는 생각과 함께 수치심과 후회가 밀려온다. 부끄러워서 사람들을 만나고 싶지 않다. 나의 실수를 자연스럽게 숨길 수 있게 된다. 나의 뇌는 자연스럽게 이 수치를 그냥 어떠한 해프닝처럼 가볍게 넘긴다. 너무 붙잡고 있으면 심리적으로 괴롭기 때문이다. 금새 잊고 나는 또다시 새로운 상상에 자극을 줄 대상을 알게 모르게 찾아 해메인다. 다시 또 반복이다.
이 루틴으로 인해 저는 무수히도 많은 포기와 새로운 분야의 시도를 했습니다. 이렇게 문제를 알면서도 끊어 낼 수 없을 정도로 내 모든 DNA가 나를 다시 이 실수를 하도록 이끄는 것입니다. 정말 부끄럽고 수치스럽습니다.
최근에 들어서 이 포기하는 루틴의 새로운 면을 발견했는데 그것은 상황적인 면이었습니다. 좀 더 어리고 젊을 때에는 성향적인 면이 포기하게 만드는 큰 요인이었다면 나이를 먹고 어른이 된 저에게는 현실이라는 새로운 환경이 다시 또 안 좋은 포기의 루프를 발달시키게 했습니다. 상황적인 면에 당연히 성향적인 면도 영향을 끼칩니다. 상황적인 면은 아래의 루프와 같습니다.
현재 나의 경제적인 상황은 좋지 않다. 이 악순환의 경제적 나락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적어도 30만 원이든 50만 원이든 매달 적금을 해서 앞으로의 가정과 나 스스로를 보살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경제적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 → 돈이 없다. →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그만두고 다른 일을 찾아보던가 지금 하는 일 위에 한 가지를 더 얹어 추가 수입을 내야 한다. → 연애대상도 있어서 결혼 생각까지 있다. → 결론적으로 돈을 더 벌어야 한다. → 하지만 지금 당장 더 필요하다. → 지금까지 쌓아 놓은 능력과 스킬이 특별히 있지는 않다. → 당장 결과와 보상을 줄 어떠한 것을 찾아야 한다. → 지금까지 해온 것이 아닌 새로운 '쉽게' '빠르게' 버는 돈에 혹하기 시작한다. → 현실적으로는 수입을 늘려 줄 일을 어서 찾아야 하지만 초조하고 급한 마음에 쉽고 빠른 방법을 택한다. → 세상에는 쉽고 빠른 것이 없다. 그 스킬을 배우러 간 순간 낚였다는 생각이 든다. 달콤한 말로 유입시키고 여기서 긴 시간 학원비를 내며 나의 시간과 돈을 투자해야 한다는 마케팅인 것이다. → 다시 나의 선택에 수치심과 부끄러움이 올라온다. → 그 스킬을 배우는 것을 포기하고 다시 현실로 돌아온다. → 실패와 실수를 했기 때문에 초조와 불안은 더욱더 커졌고 시간은 이미 또 지난 상태이기 때문에 불안함이 최고조이다. → 그전보다 달콤한 마케팅의 유혹에 휘둘린다. → 다시 또 혹해서 다른 것을 배우러 가본다. → 역시나 상황은 똑같다. → 눈 떠보니 1년이 지나갔다. → 초조함은 더욱더 커졌다.
이렇게 무한 반복하는 나의 모습을 보며 정말 실망감이 컸습니다. 주변 사람들을 볼 낯도 없었습니다. 나 스스로에게 그리고 가족들에게 너무나도 부끄러웠습니다. 무엇보다 정말 많은 성취를 이루어낸 나 자신과 지금의 내가 너무 차이가 나서 그 괴리가 더 괴로웠습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요즘 조금씩 마음이 차분해지고 있습니다. 아래에 이전에 어떻게 성취들을 해냈는지 그리고 최근 들어 어떻게 버티고 있는지를 나누어 볼까 합니다.
우선 성향적인 면이 저를 정말 많이 괴롭혔습니다. 내가 내 눈으로 봐도 이건 아닌 것을 아는데 내 온몸의 세포가 나를 감정적이고 이상적인 면으로 매일매일 즉흥적으로 끌고 가려는 것이 느껴졌고 나의 행동이 그것에 영향을 받는 것을 알면서도 멈출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어차피 해도 또 포길 할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하지만 이러한 부분을 정신 의학에서도 심리 상담에서도 제가 성취를 이루어 냈을 때 가졌던 멘탈과 똑같은 말을 해주는 것을 발견하고 힘을 얻었습니다.
무언가를 시작할 때는 매일매일 성장하기 때문에 바로 이전의 나와 비교하며 성취감을 쉽게 느낄 수 있기 때문에 뭐든 새로운 것을 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어린아이와 같은 마음이고 철부지 같은 소리 일수도 있지만 계속 잘하고 싶기만 하고 실수와 실패를 하고 싶지 않아 계속 '잘'하는 상태로만 있고 싶어 새로운 것을 찾았던 것입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멀리 있는 내가 도착하고 싶은 산에 집중되기 시작합니다. 매일매일 성장하는 재미와 흥미가 떨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원래 바라보고 있던 정상에 눈이 가는 것이죠. 그러다 보면 다시 공포감과 패배감이 밀려옵니다. 하지만 이럴 때 제가 성취를 경험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눈앞에 있는 것에 집중하자'였습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어제보다 아주 조금 더 나아질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그러기 위해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이렇게 분산되어 있는 초점을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으로 가져오는 것입니다. 저 멀리 닿을 수 없는 그리고 통제할 수 없는 목표물을 바라보면 무기력감과 패배감 그리고 우울감이 찾아오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입니다.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니까. 그런데 지금 내가 해결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내 초점을 가져오면 마음이 한결 나아지는 것보다 당장 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에 우선 감정보다 이성과 논리가 먼저 움직이기 때문에 저처럼 NF가 강한 사람에게 큰 도움이 되었던 것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조던 피터슨 박사가 했던 조언에 대해 다룬 블로그 내용도 참고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위 내용과 일맥 상통하는 부분입니다. 저는 감정에 정말 많이 휘둘립니다. 귀찮고 하기 싫은 마음이 곧장 행동으로 이어집니다. 하지만 하기 싫은 마음은 그냥 마음일 뿐이다라는 생각을 갖고 난 뒤부터는 조금 침착해질 수 있었습니다.
우울하니까 못하겠어 그러니 안 해야지.
힘드니까 그냥 안 할래, 자야겠다.
지금은 피곤하니까 이따가 해야지.
등등 이러한 감정으로부터 비롯된 행동들이 결국에는 나르 그 감정 상태로 더 몰아넣는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우울해서 못하니까 할 일을 안 하면 나는 진짜로 나중에 더 우울해지는 것입니다. 내가 왜 안 했지? 난 또 안 했네? 안 해 놓으니 방이 엉망이잖아? 등등 결국 나를 정말 그 감정의 삶으로 더 몰아넣는 것이죠. 감정은 믿을 놈이 못 되는 것이었습니다. 아니, 실존하지만 의존해서는 안 됐던 것입니다. 그러니 '그냥 하자'를 선택해야 했던 것입니다. 단순했습니다. 머리로 생각이 들어오는 순간부터 온갖 두려움과 귀찮음이 올라옵니다. 생각의 씨앗이 심어지는 순간 온갖 감정들이 생겨나고 그 감정을 정리하는 데에는 나의 정신적 에너지로는 불가능했습니다. 어떠한 생각이 떠오르는 것이 문제가 아니 그 생각이 뇌리에 심기는 순간이 문제였습니다. 그러니 생각이 들기 전에 머릿속에 생각을 비우는 행동을 먼저 하기로 했습니다. 즉 생각이 들고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해야 할 일 앞에 나를 먼저 갖다 놓는 것이었죠. ' 아 일어나기 싫다. 이따가 너무 피곤할 텐데. 나는 오늘 하루를 잘 버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희미하게 드는 순간 빠르게 다른 행동으로 생각을 차단하던가 그냥 정말 벌떡 일어나는 행동으로 나를 옮기던가 해야 할 업무 혹은 명상 혹은 운동의 장소를 나를 서둘러 옮겨 놓고 아무 생각 없이 단순 업무를 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우리의 뇌는 우리를 스트레스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그리고 우리를 지키기 위해 모든 힘을 동원해서 그 요소로부터 벗어나게 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 뇌의 과잉보호는 우리는 더욱더 취약하고 연약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저는 최근에 아침에 일어나는데 또다시 '아 일어나기 싫다'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싫어? 괜찮아. 싫어는 감정일 뿐이야. 그냥 일어나.'라고 주문을 걸고 다른 생각과 두려움의 감정이 올라오기 전에 움직이는 순간 그날 이후로 꽤나 생활이 바뀌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냥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전체 내용에 관한 테드 영상 또한 있으니 원하시는 분들은 한번 들어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여러분들은 요즘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저는 그럭저럭 상황은 많이 변하지 않았는데 매일매일 조금 더 활력이 있다기보다는 해야 할 일을 정해서 꾸준하게 반복을 해 보고 있습니다. 저는 부자도 아니고 성공한 사람도 아니기에 제 이야기가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하겠지만 공감이 되고 힐링이 되셨다면 그것만으로 만족합니다.
오늘 하루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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