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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일만하다 50대 퇴직 후 찾아 온 공허함.. 김 씨 달리기로 삶의 이유 찾다!

운동 웰니스

by ezpedia 2025. 3. 5.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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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이야기는 친구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회사를 취직하고 가정을 꾸릴 나이가 되니 아버지에 대한 궁금한 점들이 생겼고 친구네 아버지와 우연히 소주 한잔을 하게 되었습니다. 친구 아버지께서 최근에 겪었던 이야기를 듣고 저희 아버지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고 앞으로 나의 미래에 대해서도 많은 교훈을 얻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꾸준히 운동을 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것은 비단 건강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홀로 시간을 보내며 생각을 정리할 수 있고 인생은 생각보다 단순하다는 것을 배울 수 있고 당연히 심적으로 스트레스 해소는 물론이고 건강까지 챙길 수 있으니 지금부터 취미 운동을 찾기를 권장하셨습니다.

아버지로서의 삶에 대해 여쭤보려고 했지만 막상 얻고 온 것은 '나'라는 인간으로서 홀로 잘 서는 법에 대해서 배운 것 같습니다. 나로서 자립심을 갖는다면 나라는 존재의 정체성이 명확하고 든든하다면 아버지가 되어도 남편이 되어도 할아버지가 되어도 홀로 독신이 되어도 작은 것에 감사하며 단순하고 심플한 인생을 통해 기쁨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여기 친구 아버지의 이야기를 함께 공유합니다.

 

평생 일만하다 50대 퇴직 후 찾아 온 공허함.. 김 씨 달리기로 삶의 이유 찾다!

 

50대 후반 나의 새로운 삶의 시작

나는 평생을 일만 하며 살았다. 20대엔 취업을 위해 공부했고, 30대엔 가정을 꾸리고 돈을 벌기 위해 바쁘게 살았다. 40대엔 아이들 뒷바라지와 회사 일로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몰랐다. 물론 아이들을 바라보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쁨으로 일을 하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행복하기도 했다. 자식을 키우면 시간이 쏜살 같이 지나간다더니 정말 눈떠보니 퇴직할 나이였다. 그렇게 50대가 되면서 퇴직을 했다. 직장이라는 둥지를 떠나고 나니, 자유로울 줄 알았던 삶이 공허함으로 가득 찼다. 직장을 그만두기만 해 봐라 아주 자유인으로 살리라 다짐했던 나의 삶의 확신은 며칠 가지 못하고 무너져 내렸다.

 

아침에 눈을 떠도 더 이상 출근할 곳이 없었다. 아이들은 이미 성인이 되어 독립했고, 집에는 나와 아내뿐이었다. 처음에는 즐겁게 놀러도 다니고 하고 싶었던 것들을 하고 여유도 갖고 이렇게 즐겁고 행복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점차 무료함이 밀려오고 무너진 나의 현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회사 생활 동안 쌓아온 식습관 덕에 몸은 무거웠고 배는 남산만큼 나와 있었다. 여성 유방처럼 튀어나온 여유증도 한몫했다. 젊었을 때는 체력 하나는 자신 있었는데 이제는 계단 몇 개만 올라가도 숨이 차서 어디 멀리 놀러 가도 금방 지쳐 제대로 놀지도 못하다니 말이다.

 

자유롭다고 여겼던 연료가 다 떨어지자 나는 내가 왜 살아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목표도 없었다. 무기력하고 삶의 의미가 없었다. 우울감으로 더 많은 술을 먹게 되고 더 많은 음식을 먹게 되면서 자기혐오적인 굴로 더 깊이 들어가게 되었다. 이렇게 살면 안 될 것 같은데. 몸도 상하는데 마음도 이상해지잖아. 점점 집사람과도 거리가 멀어지는 듯했다. 아이들은 나를 응원하고 고마워해줬지만 아이들 볼 낯이 없었다. 부끄러웠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누가 알려준다면 참 좋을 텐데...

그러던 어느 날, TV에서 우연히 마라톤 대회를 중계하는 걸 보았다. 희망은 알 수 없는 때에 뜻하지 않는 방식으로 찾아오나 보다. 그 대회 속에서 사람들은 힘들어 보이지만 동시에 너무나도 행복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저들은 왜 저렇게 힘든 일을 하면서도 웃을 수 있는 걸까? 문득 궁금해졌다. 그리고 무작정 동네 공원을 걸어보기로 했다.

 

처음엔 10분만 걸어도 다리가 아팠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걸으면서 생각이 정리되는 느낌이 들었다. 무기력했던 기분이 조금은 나아지는 듯했다. 게다가 내가 뭔가라도 해낸듯한 성취감 마저 들어 어린아이가 된 듯하게 기뻐했다. 조금 부끄럽지만 뭐 어떤가. 그래서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나는 공원을 찾았다. 10분이 20분이 되고, 30분이 되었다. 어느 순간 걷는 것이 습관이 되었고, 몸도 가벼워졌다. 무엇보다 쓸데없는 걱정과 생각을 하지 않게 된 것이 몸도 마음도 가볍게 만든 것 같았다. 그 기분이 정말 좋았다. 어두운 생각, 두려운 생각, 불안한 생각, 그 모든 것이 숨이 차오르는 힘듦 앞에서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마치 고민이라는 존재가 이렇게도 작고 허무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걷는 순간에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싹 사라졌다. 이 기분 때문에 계속 공원을 찾게 되었다.

 

몸과 마음에 여유가 생기자 나는 조금 더 욕심이 생겼다. 살짝 달려볼까? 처음에는 몇 분 달리는 것도 힘들었다. 하지만 점점 익숙해지면서 한 블록, 두 블록 늘려가니 어느새 군대에서 뛰었던 것만큼 구보를 할 수 있게 되어 청춘을 조금이나마 되찾은 느낌이 들었다. 자신감도 생기고 긍정적이게 변하더라. 마음에 여유가 생기고 몸에 건강한 기운이 도니 집사람과의 대화도 태도도 달라져 관계도 좋아지게 되었다. 생기 있는 모습에 자식들이 전화를 하면 "아빠 요즘 좋은 일 있어?"라고 물어 봐 주었다. 그렇게 물어봐 주는 게 내가 변했다는 느낌이 들어 얼마나 기쁜지 몰랐다. 그냥 달렸을 뿐인데. 걷고 달렸을 뿐인데. 왜 이렇게 단순한 동작이 내게 변화를 주는 것일까? 이렇게 좋은 것이었다면 진작 좀 할걸 그랬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꾸준히 아무 생각 안 하고 몇 달이 지나자 무언가 목표를 세우고 싶은 욕구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두려움 반 기대 반,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역시 생각은 쓸모없다는 것을 달리기를 통해 배웠으니 냅다 한번 질러보자는 생각에 나는 '5km 마라톤 대회'라는 목표를 세우게 되었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나는 달리기라는 것을 군대 외에는 해본 적이 없었다. 공부하고 일만 했지 운동과는 거리가 멀었던 나에게는 말도 안 되는 두려운 도전이었다. 심지어 달리기 신청하는 법 조차도 나에게는 낯선 일이었다. 딸에게 전화해서 혹시 마라톤 신청 어떻게 하는지 아냐고 묻자 생전 처음 본 아버지의 낯선 이야기에 깜짝 놀랐지만 친절히 도와주었다. 와이프는 걱정을 해주었고 아들은 나를 멋지게 바라봐 주었다. 5km라면 다들 보통 30분 정도면 끝낼 만큼 정말 간단한 러닝 같던데 우리 가족은 오만 관심을 쏟아주며 나를 걱정하고 응원해 주는 게 새삼 부끄러우면서도 자랑스럽고 기분이 좋았다. 사랑받는 기분이랄까? 아니다 살아 있는 기분이었다.

 

대회 날 홀로 새벽에 장비들을 간단하게 챙기고 나서려고 하자 집사람이 옷을 챙겨 입고 있었다. 따라가서 좀 도와주겠다는 것이다. 세상에 청춘 때 데이트 하던 때가 떠올랐다. 그리고 무언가 된 것 같은 느낌 지지받는 느낌에 알 수 없는 감동이 밀려왔다. 하지만 역시나 출발선에 서니 긴장이 되고 입이 마르고 호흡이 가파르게 되었다. 50대 후반의 나이에 이런 도전을 하게 될 줄이야 생각이 들 찰나에 카운트다운이 시작되고 등 떠밀려 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스타트 라인이 열리자 긴장한 탓에 너무 빨리 페이스를 달려서 3분 정도 지나자 벌써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옆에는 전에 내가 추월한 사람들이 나를 지나가기도 했고 나보다 나이 많아 보이는 어르신들도 나를 추월하기 시작했다. 조급해지면서 속도를 높여 달려야 할 것 같았는데 문득 생각이 들었다. 누가 쫓아라도 오냐? 왜 이렇게 급하고 남이랑 비교를 하냐? 그냥 네 페이스대로 가. 그러면서 나 스스로를 타이르고 위로하기 시작했다. 묘한 편안함이 들면서 속도를 줄이고 달리기 시작했다. 그때 깨달았다. 인생도 러닝과 같다는 것을. 속도가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완주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금방 지나가 골인 지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렇게 유난 떠는 게 부끄럽지만 내가 해냈다. 더 행복하고 놀랐던 것은 골지점에 아들이랑 딸이 와있었다는 것이다. 생전 처음 보는 아버지의 모습에 자식들이 놀라서 응원을 와준 것이다. 이런 이벤트 덕분에 우리 가족이 단합도 되다니 어이가 없으면서도 기뻤다. 다들 수고했다며 무슨 바람이 불어서 이런 짓을 하냐고 물어보는 가족의 모습에 울컥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지만 꾹 참고 다들 모였으니 국밥이라도 먹으러 가자고 얼버부리고 빨리 모습을 감추고 땀수건으로 얼굴에 흐를 것 같은 눈물을 재빠르게 닦았다. 그렇게 오랜만에 가족들 모두가 모여 식사를 하며 인생 얘기를 나눴다. 참 감사하다. 달리기 덕분이다.

 

지금도 나는 매일 아침 러닝화를 신는다. 삶이 갑자기 극적으로 바뀌진 않았지만, 더 이상 공허하지 않다. 목표가 생겼고, 몸도 건강해졌다. 무엇보다도 나는 다시 살아있음을 느낀다. 퇴직 후 공허함을 느끼고 있다면, 무작정 걸어보길 바란다. 한 걸음 한 걸음이 모여 삶을 변화시킨다. 나는 러닝을 통해 배웠다. 삶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는 것을. 나의 페이스대로 천천히 내 인생을 살아가는 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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